일본 크라브 점장 시절 이야기 -8- 점장의 부수적인 업무 19금 이야기

처음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크라브(와 그 일당들)에서는 양주 및 소주, 그리고 맥주를 마십니다.

간혹 와인을 마시기도 합니다.

 

근데 일본분들은 절대! 그 술을 스트레이트로 안마십니다.(맥주, 와인 제외)

대부분 미즈와리(물) 혹은 샤와(과일쥬스)를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마시지요.

그래서 크라브에는 각종 과일 및 과일즙을 내는 도구가 필요하고 이것의 사용법은 점장이 알아야 합니다.

과일의 수급 및 신선도를 체크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주방이모님의 몫입니다만,

주방이모와 점장과의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감안하거나

아니면 주방이모가

"수박은 이도요카도가 맛있는데, 거기 겁나 멀어~"

뭐 이런 식의 돌려말하기 크리가 뜨면

점장한테 업무가 돌아오기도 합니다.

가게 언니 스쿠터 빌려타고 다녀와야지요;;

 

그래서 점장은 그 동네의 상권

(참고로 술은 배달해주는 공급처가 있습니다. 대부분 그 동네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분하고 친하게 지내면 경쟁점의 매출 규모 따위의 정보를 얻을수도 있습니다.) 

및 음식물 보관법의 잡지식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저희 가게의 경우, 마른안주류의 경우 아예 점장 담당이었습니다. 옆집 가게도 그러더군요.(점장이 동갑이라 친하게 지냈음)

단골한테 땅콩으로 면상으로 맞으면서

"니나 먹어라~"

이런 크리 타고 싶지 않으면 업무 시작전 맛을 확인하고,

웬만하면 귀찮더라도 조금씩 자주 사는 방법이 좋습니다.

일본은 비가 많은 나라라 제습제 등을 갖춰놓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주방이 바쁘게 돌아가면 과일안주 세팅 혹은 지지미(=부침개) 정도는 점장이 해야 합니다.

거기서 일하면서 요리도 제법 늘었던 것 같습니다.

뭐 저는 부침개는 싫어라 하고, 야끼우동같은 경우는 귀찮아서 안해먹긴 합니다만...

참고로 과일세팅같은거 데이트 상대분에게 자랑한답시고 보여주면 전직을 의심받기도 하지만,

데이트 상대의 전직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밖에 음향에 관한 기본지식(하울링 방지를 위한 마이크와 스피커 배치 등)도 알아 두면 좋은 지식입니다.

맨날 노래방기기 영업사원에게 소환주문을 날리면 마나가 소진되니까요.

노래방 기기가 국내 모 업체 꺼라서 나름 자부심을 가졌던 기억도...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된 인터넷 다운로드 및 하드디스크 방식의 노래방 기기가

2004년 당시 일본의 경우 대세여서 신기하기도 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글 처음에 일본 고객분들께서는 술을 스트레이트로 거의 안마신다고 소개했는데,

점장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손님께서 친히 점장에게 한잔하라고 주시거나,

친한 손님의 경우에는 점장이

"한잔만 주삼~" 이런 요청을 걸 수 있는데

그 경우에는 대부분 맥주잔에 스트레이트로 가득;입니다.

양주를 그렇게 주는 경우는 주로 ㅅㅂ브라더스社 12년 산,

그리고 소주;입니다. 참이슬같이 순한 게 아닌, 옛날 두꺼비보다 좀 달달하고 도수는 비슷한 ㅎㄷㄷ한 술이지요.

 

그래서 점장은 몸관리도 잘해야 합니다.

나름의 숙취 해소법 및 간 관리법도 알고 있어야 하지요.

저같은 경우 6개월정도 일하면서 일하다 말고 필름끊겨 실려간 적도 있습니다.

다음날 출근해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불쌍하다고 팁이 나왔으니 뭐;;;;

 

일본은 개인주의가 강해서 거대담론이 없는 나라입니다.(있다면 성에 대한 관심 정도?)

뭐가 유행, 대세라고 언론이 밀어대도 그걸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욘사마는 그래서 정말 대단한득)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집니다.

 

5년전 일이라 잘 생각이 나지 않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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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추엽 2009/08/08 08:58 # 답글

    일본 술가게에 일하면서 소주를 온더록으로 먹는 버릇이 생겼더랬죠. (-_ㅜ
  • 타이 2009/08/08 19:32 #

    전 국내에서도 그러다가 절교당할 뻔했습니다;; ㅎㅎ
  • 기니만 2009/08/08 11:21 # 답글

    "일본은 개인주의가 강해서 거대담론이 없는 나라입니다.(있다면 성에 대한 관심 정도?)"

    이거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지적이군요.
  • 타이 2009/08/08 19:35 #

    먼저, 칭찬 감사드립니다.

    대신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결과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이 뭘 좋아하건 신경을 안쓰니까요.
    뭐 오타쿠나 에-치 등의 부작용도 상당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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